평범한 사회인들에게 연극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는 ‘시민연극’ 프로그램이 지역 곳곳에서 결실을 거두고 있다. 교사·학생·주부·회사원 등 우리네 이웃이 참여하는 연극 무대지만 ‘배우’로 분한 그들의 무대는 전문 연극인 못지않은 열정이 넘쳐난다.
작은극장 돌체·극장마임은 6일 현재 벌써 5년째 시민참여연극 프로그램을 이어왔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호응 속에 참여한 26살부터 72살까지의 시민배우 7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이 오는 12월 1일부터 5일간 7회 공연을 통해 올리는 작품은 ‘혼자 사는 세 여자(이반 멘첼 作, 원제 The Cemetery Club)’다. 함께 모여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라 어려움이 따르지만 종종 새벽까지 이어지는 연습에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이가 없다.
무대 위에서 완벽히 다른 인물로 분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어쩌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지도 모를 연극 무대에 모든 열정을 쏟아내는 이들이다.
박상숙 작은극장 돌체 대표는 시민참여연극의 매력을 ‘자신의 재발견’과 ‘치유’로 꼽았다. 그는 “지난 5년간 무대에 선 시민배우들은 하나같이 크고 작은 변화를 맞았다”며 “자신의 잠재된 욕망을 무대 위에서 풀어냄으로써 인생의 역경을 이겨낸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소극장은 굉장한 아트나 예술을 하는 것보다는 시민공간, 시민문화 확산의 의미에서 다양한 이들이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시민연극”이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반응이 큰 만큼 내년에는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시민연극무대를 준비할까 한다”고도 덧붙였다.
남동문화예술회관에서도 아마추어 시민연극 동아리가 오는 11일 걱정 반, 기대 반인 첫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남동문화예술회관에서 운영한 ‘공연예술아카데미 시민연극반’을 수료한 16명의 회원들이 마련한 이번 무대는 연기는 물론, 대본부터 무대연출까지 모두 시민들이 맡았다. 직장인·주부·자영업자 등 평범한 삶 속의 일탈 또는 무대에 오르는 꿈을 잊지 않았던 이들이다.
시민연극반을 통해 최소 6개월간 연극과 무대연출의 기초를 다진 이들은 수많은 감정의 교차 속에 마음속 평안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은 바람이다’를 무대에 올린다. 며칠 남지 않은 공연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감돌지만 지난 시간 쏟아 부은 열정만큼이나 자신감도 넘친다.
연극에 참여하는 이현자 씨는 “다양한 이들이 모여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연습에 매진하다 보면 자신의 힘들고 어려운 점이 가벼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드러내도 부끄럽지 않고, 무엇인가를 창출한다는 기대감 속에서 첫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동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주부, 직장인 등 비전문가들이 열정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만들어 낸 성과물”이라며 “직접 마주하면 그 어떤 유명한 공연보다도 와 닿는 따뜻함이 전해지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