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몸짓·표정…지친 일상을 치유하다

인천  첫.최장수 사설 소극장 돌체 운영
40여년간 전문 연극인 두루두루 배출
 
마임에 풍자.마술.어릿광대 등 혼합한
'클라운마임' 개척...매년 국제적 축제
 
극단 마임 단원들.

▲인천 민간 극단의 시초, 극단 마임

무대를 압도하는 타고난 광대. 극단 마임 공연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극단마임은 인천 최초이자 최장수 사설 소극장인 소극장 돌체를 운영하고 있다. 마임의 활동은 소극장 돌체라는 공간을 통해 이뤄지며 소극장 돌체는 극단 마임을 통해 생명력을 이어간다.

1979년 12월 인천 중구 경동 얼음공장에 처음 문을 연 소극장 돌체는 개장 초기에는 싱어롱(sing along) 공연과 통기타 가수들의 공연장으로 운영됐으나 1983년 마임이스트 최규호와 연극인 박상숙 부부가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인천의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자리하게 됐다.

부부는 1984년 극단마임을 설립하고 돌체 소극장은 132㎡(40평) 남짓한 공간에 100석의 객석을 갖춘 마임 전용 소극장으로 운영했다.

돌체 소극장은 2007년에 소방 도로 확장 공사로 잠시 헐릴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여러 지인의 노력으로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동에 작은극장 돌체로 새롭게 탄생해 열정적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극단 마임은 40여년간 전문 연극인을 두루 배출하기도 했지만 돌체 극장에서 2008년 시민참여 프로젝트 제1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시작으로 2020년 제13기 '잘 자요, 엄마'에 이르기까지 전문연극배우가 아닌 일반인의 자연스러운 연극참여도 유도하고 있다.

특히 1995년 마임에 풍자나 마술, 어릿광대 등을 혼합한 클라운마임 분야를 개척해 매년 국제 클라운마임 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2002년에는 클라운마임협의회를 결성해 극단마임이 그 운영의 중심에 서 있다.

극단마임은 소극장 돌체를 통해 마임의 꿈을 실현하는 한편 클라운마임협의회를 통해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무언극의 희열과 감동

마임 공연으로 독창적인 작품을 창작해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극단 마임은 이번 달 열린 국내 소축제 무언극(넌버벌·non-verbal performan ce) 아트 공연에서 작품들을 집약해 보여줬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국내 대표 배우들이 모두 무대에 올랐다.

최규호 마임이스트의 '당신을 기다립니다'가 대표적이다. 그가 선보이는 '이미지 마임'은 1985년 작품인 '천국과 지옥'에서 처음 시도됐다. 인생에 대해 고민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나름의 성찰을 통해 인간을 표현한다. 특히 2021년작으로 새롭게 기획한 이 작품은 살면서 기다리는 수만 수천의 '기다림' 중 누구도 알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이두성 배우의 '할아버지 시계'도 이어졌다. 동심의 시(詩)적 이미지를 광대의 몸짓과 동요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자연과 화합하는 치유의 공연이었다.

이태건의 '당신과 떠나는 여행'도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연기하며 호흡하는 관객 참여형 마임극이다.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듯 사람의 감정과 시간도 물 흐르듯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임병혁 펀택트 매직쇼(F-untact Magic show)는 코로나19로 익숙하던 일상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감수성을 되살리고 웃음을 다시 찾기 위해 기획된 퍼포먼스다. 마술쇼의 한 종류로 말이 없는 가운데 다양한 감정을 느껴볼 수 있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사진제공=극단 마임

 

 


 

박상숙 극단마임 대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 예술…문화교육 앞장서고 파”

▲ 박상숙 극단마임 대표
▲ 박상숙 극단마임 대표

서울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결혼과 동시에 인천으로 왔다. 같은 배우인 남편과 함께 극단 마임을 만들었다.

극단 마임에는 최초, 최고(最古)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팬터마임이라는 연극 분야조차 익숙하지 않던 때에 제일 먼저 인천에서 '마임'을 선보였다.

이 특수성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지내 온 극단 마임은 현존하는 인천 극단 가운데 가장 오래되기도 했다.

극단 마임과 소극장 돌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979년 인천 중구 경동에 문을 열어 1983년 박상숙 부부가 인수한 돌체 극장은 인천의 최초 민간 소극장이자 인천 극단의 기원이 됐다.

“극장 다락에서 신혼을 살았어요. 그때 단원들이 편지봉투에 쌀 한 웅쿰을 담아 오곤 했어요. 그걸로 밥을 지어 단원들과 먹고 연극하고 그랬어요. 끓인 라면에 풋고추 하나 있으면 행복했었죠.”

가난했고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연극은 그의 생애 본질이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할 생명 같은 것이었다.

유럽에서는 스트리트 마임(Street Mime)이라고 하는 '클라운 마임'의 한국 형태를 개발해 고착시킨것도 그의 극단 마임이다. 피에로와 어릿광대가 몸짓과 표정으로 표현하는 무언극이다.

“인천국제클라운마임축제를 1995년에 처음 기획해 추진했어요. 이후 매년 열고 있죠. 마임과 팬터마임, 연기 분야 예술가들이 모이며 일본·독일·미국 등 해외 배우들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축제이지요.”

현재 단원 7명이 있는 극단 마임에서 박 대표는 문화예술 교육에 앞장서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극단 마임은 고유한 콘텐츠를 가지고 시민들 속에서 지속해 왔어요. 어릴때부터 예술을 체험한 사람, 그런 정서를 가진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의 딸을 보고도 알기 때문에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간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하는 건 결국 예술이죠.”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