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인천 국제 클라운마임 축제가 오는 9월 11일부터 18일까지 문학동 작은극장 돌체와 인천도호부청사 야외무대,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펼쳐진다.
인천을 대표하는 국제 아트 축제로 인정받고 있는 이 축제는 연극배우 최규호, 최은비 부녀가 주축이 되어 전 세계 내로라하는 작품들을 초청해 무대에 올린다. 흔히 자녀가 자신과 같은 직업을 선택한다고 하면 장단점을 모두 경험해 본 부모는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자식 앞에 당당하고 멋진 직업인의 모습을 보여 준 것에 대한 뿌듯함도 뒤따를 것이다. 최규호씨 역시 그렇다. 자신과 닮은 외동딸의 모습에 이제는 듬직함을 느끼기도 한다. 최규호 최은비 부녀는 닮은꼴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그런 호흡이 국제 마임 축제를 20년 가까이 계속할 수 있게 만든 힘이었을 것이다.
인천을 대표하는 국제 아트 축제 벌써 17회 맞아
인천 국제 클라운마임 축제가 올해로 17번째 막을 올린다. 오랜 세월을 이어 온 축제지만 개인이 주최하는 축제이다 보니 올 해 역시 전 세계에서 6팀만이 출전하는 조촐한 무대이다. 하지만 이 조촐하다는 표현은 그저 규모만 놓고 보았을 때의 얘기이다. 5팀의 해외 공연은 평균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작품들이다.
행사를 주최한 작은극장 돌체의 대표이자 클라운마음협의회 대표인 최규호씨는 작품 선정 기준을 ‘한국’이라고 말했다. “축제의 역사가 오래 되다보니 훌륭한 공연자들이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보내옵니다. 일단 작품들을 직접 보고 1차 선별하고요. 작품 외에는 공연자가 한국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국 문화를 얼마나 느끼고 싶어 하는지, 한국에 얼마나 와 보고 싶어 하는지를 놓고 최종 선택을 합니다.”
최 대표는 ‘마임을 하는 예술가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외국 공연자들에게 항공권과 체류 비용을 모두 제공한다. 이는 축제의 전체 비용 중 90%를 개인 자금으로 운용하는 최 대표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제마임축제를 이어나갈 생각이다.
그는 “좋아서 하는 일이지요. 그러면서도 또 제가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연극무대를 찾는 관객이 적은 건 당연한 거겠죠. 하지만 제 인생 끝까지, 아니 대를 이어서라도 이런 무대가 계속 이어진다면 행복하겠죠.”라고 말했다.
축제 속의 축제, 결혼도 공연의 일부
대를 이어서까지 마임축제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최규호 대표의 바람은 실현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나뿐인 2세가 오래전부터 그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규호 대표의 외동딸 최은비양은 이번 축제의 유일한 한국 대표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지만 무대 경력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녀는 연극인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집이나 학교보다 극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성장했다. 유전적으로 환경적으로 자연스레 그녀는 연극인이 되었고, 10여 년 전부터 클라운마임 축제에 나섰다.
그런 그녀가 올해는 신선한 무대 하나를 더 준비했다. 바로 자신의 결혼식이다. 축제 기간 중인 15일 도호부청사에서 실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관객이 하객이 되고, 하객이 관객이 되는 축제 속의 축제로 리얼 결혼식을 마련한 것이다. 식장이면서 무대가 될 공간은 아버지 최규호씨가 직접 꾸며준다. 무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에 대해 최은비씨는 오래 전부터 당연한 일로 생각해 왔다고 한다.
그녀는 “꼭 이번 축제로 정했던 건 아니고 극장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결혼도 무대에서 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시댁에서 이해를 해 주셔서 가능했죠. 저를 모르시는 분들도 편안하게 오셔서 축제를 즐기시고 결혼도 축하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고 감격스러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최은비씨는 6년 전 통역사로 마임축제 자원봉사를 하러 온 오상진씨와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약속했다. 결국 탄생, 성장, 연애, 결혼까지 모두 마임이 그녀의 인생을 함께 한 것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바로 솔로 마임 공연을 소화해야 하는 바쁜 일정이지만 그녀는 가장 행복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연극을 전공하고 또 다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녀는 인천 1호 연극치료사를 꿈꾸고 있다. 최은비씨는 “이제 문화예술과 복지가 같은 계열인 시대잖아요. 자신감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무대는 정말 좋은 공간이 될 수 있거든요. 무대 위에 서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무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평생을 무대에서 함께한 부녀가 준비하는 제17회 인천 국제 클라운마임 축제에는 브라질, 영국,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독일, 콜롬비아, 멕시코의 젊은이들이 함께 한다. 각 공연자들의 작품을 2~3편 모아 총 90분 공연이 펼쳐지는데 관람료는 성인 20,000원 학생 10,000원이다. 2인 뷔페식사권이 포함된 도호부청사에서의 잔치마당 관람료는 60,000원이다.

극장별 상영시간
- 작은극장 돌체 : 9월 11, 12, 13, 14, 16일 PM 4:30, 7:30 / 9월 17일 4:30
- 도호부청사 : 9월 13일 오전 11시 / 9월 15일 잔치마당 12시~4시
-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 9월 18일 PM 4:00, 7:30
* 문의 : www.clownmime.co.kr ☏ 772-7361
유수경 객원기자 with06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