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목 | 우린 피에로, 영원한 가면의 생/최규호와 광대학교 사람들 1995/12/20 | 조회수 | 16307 | |||||
| 글쓴이 | ClownMime | 등록일 | 2005.01.07 | |||||
|
◎ No, 41 ◎ 이름:경향일보 ◎ 2004/3/10(수) 19:54 ◎ 조회: 249 회 ◎ 우린 피에로, 영원한 가면의 생/최규호와 광대학교 사람들 1995/12/20 우린 피에로, 영원한 ‘가면의 생’/최규호와 광대학교 사람들 ◎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기누려온 집단/관객을 웃기고 다시 그 웃음을 먹는 사람들/최 단장,‘마지막 광대’자처 제자에 기술전수/‘그늘진 곳을 찾아가 눈물을 씻어주고 싶다’ 빨간 주먹코, 귀밑까지 붉게 칠한 반달 입술, 솜뭉치 머리, 알록달록한 옷차림…. 겉모습만으로도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피에로.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광대다. 최규호의 「광대학교」. 우리시대의 마지막 광대를 자처하고 있는 피에로들의 그룹. 최규호 단장(39)을 포함, 단원은 6명. 모두 최단장의 제자들이다. 이들은 놀이공원 등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웃음을 판다. 익살스런 몸짓과 걸찍한 입담, 순간순간 깜짝놀랄 마술까지 보여주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배꼽을 잡고 탄성을 터뜨린다. 그러나 이들의 「웃기는」 가면 뒤에 숨겨진 그늘과 애환은 아무도 모른다. 특히 공연이 별로 없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요즘은 시름이 더욱 크다. 피에로의 성수기는 야외행사가 많은 4월부터 10월까지. 겨울철에는 가끔씩 마임공연이나 백화점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 전부다. 이런 작은 규모의 공연에는 단원 모두가 나설 수도 없다. 막내단원 김현철씨(28)는 가락동에서 과일장수를 하고 있다. 그의 부인은 국내 유일의 여성 피에로 손삼명씨(26). 임신 8개월인 그녀는 피에로 2세를 기다리며 「휴가중」이다. 두사람은 단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사고」를 쳤다. 단원 이승렬씨(27)는 고구마 장수로 나섰다. 현재는 최단장과 고참단원 손동환씨(39)·김회성씨(35)만 인천에서 마임을 공연하고 있다. 최단장이 피에로 그룹 「광대학교」를 만든 것은 90년. 인기 피에로로 수천명의 관객을 웃기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다. 하나 둘씩 단원들을 모았다. 대부분 마임니스트였다. 연기경력 10년차인 189㎝의 꺾다리 김회성씨. 92년 엑스포에서 장대신발을 신고 광대극하기로 되어 있었다. 마임을 배우기 위해 최단장을 찾았다. 155㎝의 난장이 피에로 손동환씨와 후배들도 마임극때문에 최단장을 만났다. 최단장은 이들에게 진정한 광대가 돼 보자고 설득했다. 천연기념물처럼 사라져가는 피에로를 되살리자고 했다. 결국 그들은 피에로가 됐다. 최규호단장. 그가 피에로가 된 사연에도 진한 아픔이 배어있다. 최단장은 75년 한독실고를 졸업했다. 율도 화력발전소에서 전기기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몇개월뒤 연안부두 크레인기사로 전업했으나 트럭을 망가뜨린 실수로 4개월만에 쫓겨났다. 영화판도 전전했다. 고영남감독의 조감독으로 단역을 맡아 출연하기도 했다. 모터사이클선수도 그의 이색경력중 하나. 19세부터 24세까지 선수로 활동했으나 빛을 보지 못했다. 싸구려 오토바이로는 외제 오토바이를 타고 「붕붕 나는」 다른 선수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맡아놓고 꼴찌만 했다. 그나마 사고를 당해 꼴찌노릇도 끝났다. 외제 오토바이를 빌려 출전했다가 과욕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점프길이는 보통 7m 정도. 그는 무려 18m를 날았다. 그리고 곤두박질쳐 허리를 다치고 말았다. 24세때였다. 연극판으로 옮겼다. 전기기사 경력으로 무대장치와 조명을 맡았다.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생활은 어려웠다. 굶다시피 지냈다. 이때 1년 수입은 고작 40만원. 그래도 연극판을 떠나지 못했다. 천성적인 방랑기질과 마임극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89년 롯데월드에서 공연한 「당신의 어릿광대는 어디로 갔습니까」에 출연한 것이 피에로가 된 계기. 서커스집안의 가족사를 다룬 이 모노드라마를 위해 접시돌리기, 외발자전거타기, 외줄타기를 배웠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피에로라 불렀다. 이름이 알려지자 찾는 곳이 많아졌다. 30분 공연에 1백만원을 준다는 데도 있었다. 놀이공원인 서울랜드와 계약을 맺었다. 돈도 벌수 있었지만 광대짓이 어떤 연극보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주더라도 자신이 좋아하지 않으면 피에로를 할 수 없죠. 일단 남들앞에서 망신을 당하겠다는 각오로 나서지 않으면 웃길 수가 없습니다』 최단장은 피에로를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3가지 분야는 꿰뚫고 있어야한다. 저글링·외발자전거타기 등 아크로바틱과 수십가지의 마술, 거리 퍼포먼스가 그것이다. 모두 배우려면 10년은 걸리는 이 재주를 그는 독학으로 익혔다. 최단장은 연말이면 마술프로그램을 전부 녹화한다. 슬로모션으로 반복해 보면서 비밀을 캐낸다. 그렇게 익힌 마술을 후배들에게 빠짐없이 전수한다. 해외공연 중에는 다른 마술사의 「영업비밀」을 훔쳐내는 스파이노릇도 한다. 단원들도 최단장의 숨은 노력과 실력을 잘 알고 있다. 최단장 앞에서 기가 죽는것도 그때문이다. 최단장은 후배들을 눈물이 쏙빠질 정도로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그래도 불평하는 단원은 없다. 최단장은 마술사에게 배우려면 한가지에 1백50만원은 줘야하는 기술을 그냥 가르쳐준다. 외발자전거, 접시돌리기, 풍선꽃만들기 등 기술은 차라리 쉽다. 피에로의 생명줄은 새로운 아이디어. 공연을 앞두고는 단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전략회의를 연다. 그래도 막상 무대에 오르면 언제나 돌발상황이 벌어진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보겠다며 사타구니를 만지는 관객도 있다. 무대로 뛰어나와 시비를 거는 취객도 많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래도 당황하거나 화를 낼 수는 없다. 순발력과 웃음으로 넘겨야한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피에로들은 더욱 추위를 탄다. 이름이 알려진 최단장은 그래도 부르는 곳이 많다. 단원들은 거의 일거리가 끊겼다. 피에로들은 벌써부터 봄이 그립다. 관객이 그립다. 신나게 관객들을 웃기고 싶다. 봄이 되면 가면 뒤의 시름은 눈녹듯 사라질 것이다. 언제나 피에로가 등장하는 동화같은 나라. 그늘진 곳을 찾아가 찡그린 얼굴들을 펴주고 싶다. 그들의 눈물을 씻어주고 싶다. 웃음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광대학교 피에로들은 그런 따뜻한 세상의 어릿광대로 남고 싶어한다. ◎취재수첩/모두 전세방 살이… 그들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서울랜드 분장실에서 최단장과 손동환·김회성씨를 만났다. 날씨가 궂어서인지 공원에는 관광객이 드물었다. 그래도 최단장은 열심히 타고난 광대기질을 보여줬다. 모자속에서 비누풍선을 날렸다. 풍선을 불어 꽃을 만들어냈다. 최단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기질 때문에 피에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운전기사였던 아버지는 짖궂으면서도 늘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가 있었다고 한다. 친구의 새 차에 대못을 박아 바퀴 4개를 모두 펑크를 내고 시치미를 뗄 만큼 심한 장난기가 있었다. 어린시절 최단장의 장난기도 아버지 못지 않았다. 광대학교 피에로들은 1회공연에 보통 1백만원 정도를 받는다. 수입은 실력에 관계없이 가족이 많은 사람, 기혼자, 나이순으로 분배한다. 경비를 빼고 돈을 나누면 사실 벌이는 대단치않다. 그래도 1년에 3분의 1정도는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을 찾아 무료공연을 해준다. 최단장은 아직까지 200원짜리 솔담배를 피운다. 10여년 전 가난했을 때 고급담배였던 솔이 무척 피우고 싶었다. 그 기억을 잊지않기 위해 단골 담배가게에 부탁해 솔을 구한다. 전세방을 면치 못한 것은 최단장이나 단원들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인터뷰시간 내내 웃음이 터져나왔다. 몸짓도 말솜씨도 웃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들었다. 타고난 광대들, 그들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최병준 기자> [경향신문] 1995-12-20 25면 |
||||||||
|
|